개스압) 1x년차 요리사 썰.ssul
선요약
1. 웬만하면 사회생활 포기해야 한다
2. 건강도 포기해야 한다
3. 성격 존나 더러워 짐
4. 하지마 씨발
아침에 9년 요리하고 요리 접는다는 개붕이 보고 생각나서 쓴다
일단 나는 한식이 전공이고
200명 정원의 요양원 단체 급식 2년
부페 1년
한식당 1x 년 경력의 현직 요리사야
생각해보면 요양원 단체 급식은 페이가 쥐똥이라 그렇지
준공무원 대우에(시청에서 월급 나옴) 군대 호봉도 쳐주면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을 받긴 했었다
물론 당시 최저임금이라 해봐야 눈물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주5일 근무에 하루 8시간 근무 주 10시간 초과근무로
조식때문에 새벽 출근하는날이 좀 힘들었지 할 만했거든
근데 이게 함정이었어...
아... 요리사 할 만 하네 하지말고 그때 다른길로 갔어야 했지
부페로 넘어가면서 헬이 열리더라
일단 정해진 근무시간이 10시 출근 9시 30분 퇴근이었고
10시 나가면 오픈 못맞춘다 ㅋㅋㅋ
그래서 9시 출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8시 30분 출근도 심심찮게 했지
퇴근도 말이 9시 30분이지 9시 30분 부터 마감청소를 해야하니 10시 퇴근이었어
회사 밀집지역 아니면 기본적으로 평일은 그나마 덜 바쁘고
주말에 바쁘기에 평일은 널널한거 아니냐 하겠지만
평일엔 알바를 안불러서 일하는 직원 수가 반토막이야 ㅋㅋㅋㅋ
업무? 양파 까고 대파 까고 감자 깍고 고구마 깍고 칼질 겁나 하는거지
심지어 부페에 들어오는 재료들은 어디서 시발 이딴걸 구했지? 할 정도로
싸구려만 골라오는거라 손질하기도 ㅈ같아
프랩잡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prepare에서 온 말인거 같다
하여튼 프랩잡고 조리하고 다른 파트 헬퍼가고...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거 같아 주말에는 밥먹을 시간도 없어서
김밥 싸면서 김밥 주워 먹어가며 일했고
하도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그렇게 일하고 150만원 받았다....
이때부터 하루 12~13시간 일하면서 주말엔 못쉬고 평일 하루 쉬는 날들이 시작되었지
사회생활? 일단 퇴근하면 녹초라서 누구 만날 생각도 못하고
주말에 쉬질 못하니 불금? 그런게 어딨어 오히려 금요일이 더 무서운데...
평일에 쉬는데 그나마 그때는 친구들도 시집장가 안가서
나 쉬기 전날 평일에 잠시 볼 수는 있었지만 걔네들도 일해야하니 결국 자주 못보게 되더라
부페를 그만둔건 배울것도 없었지만 더러워서 였어
손님들이 먹고 남긴 양념 치덕치덕 묻은 밥이 짬으로 들어오면
그거 씻어서 물 뺀 다음 그걸로 볶음밥 했었지...
그걸 밥을 빤다 라고 했었어...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는 당연한거고 마늘은 다 썩어가는거 갈아서 쓰고...
지금이야 저런짓 했다가는 당장 문 닫겠지만 그때만 해도 저게 상식이었어...
하여튼 부페를 그만두고 그 후 한식집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그래도 경력 3년이라고 경력직 주임으로 취직을 했어...
하지만
진짜 말도안되는 업무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매출이 평일 7~800만원 주말 1200~300 정도하는 매장이었고
일단 8시 출근해서 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육수뽑는날, 장사 잘 된날 기타등등 11시 퇴근도 빈번했지
그렇게 일하고 얼마 받았느냐?
180만원 ㅋㅋㅋㅋ 그것도 세 전 ㅋㅋㅋㅋㅋㅋ ㅅㅂ
그래도 기술 배워서 내 가게 하겠다는 일념하에 어금니 꽉물고 버텻어
어디가서 일 못한다 눈치없다 손느리다 소리 안듣던 나였지만
그냥 하루종일 욕만 처 들으면서 일하는거야
내가 군대 다시 온건가? 할 정도였지...
부페 주방은 점장이나 셰프가 가끔 문제 생기면 갈궜고
난 내 할 일만 잘 하면 되는거였는데
이 ㅈ같은 매장은 내가 잘못해도 내가 욕처먹고 막내들이 잘못해도 내가 욕처먹고
알바가 잘못해도 내가 욕처먹고 심지어 과장이 잘못해놓고는
실장이 과장 갈구면 과장이 날 갈구던가 책임을 나한테 돌려서 결국 내가 욕처먹었어
그나마 대리가 양반이라 날 안갈군게 감사했어 아니 짬이 안되니까 못 갈군건가?
하여튼 그렇게 1년동안 기술배우면서 내 시간이라곤 하나 없이 지내다 보니
과장이 그만두고 대리가 과장되고 내가 대리가 되었고 또 3년을 똑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과장이 되어있더라
이제 나도 중간관리자가 되었다고 안심을 했지
근데 개뿔... 과장 자리가 제일 ㅈ같더라...
아래선 빵구내고 실장은 위에서 갈구고 애들관리도 해야하지
재고관리도 해야하지 식자재 검수도 해야하지
내 일은 또 내 일대로 해야하지...
이때부터 성격이 곱창나기 시작했어...
1. 나한테 주어진 직원 관리권한이란게 생겼고
2. 위에선 찍어누르고 아래선 사고치고
3. 주방은 항상 습하고 덥고 바빠서 짜증이 기본장착이니
화를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더라
뭐 사수들은 주방에는 불과 끓는 물, 기름, 칼같이 위험한게 즐비하니
군기를 잡아야하니까 엄격한거라고 하던데
내가 과장이 되어보니까 그딴거 없고 그냥 ㅈ같아서 짜증나고 그래서 화내는거야
매사에 짜증이 나 있고 날이 선 상태로 항상 일을 하게 되었고
주방 분위기가 곱창이 나있다는걸 어느샌가 알게 되었고
홀직원들도 슬슬 나를 피하는 눈치였어...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게 이런식으로 부정적으로도 작용을 하는구나
라는걸 느끼고 성격 고치려고 엄청 노력을 했는데...
이게 화를 안내게 되니까 잔소리가 존나 늘더라 ㅋㅋㅋㅋㅋ
누가 잘못하면 "야! 시발 누가 그딴식으로 하랬어? 똑바로 안해?" 이걸로 끝냈는데
"xx야 이건 이렇게 하면 이리저리 되니까 내가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
너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버릇들고 실력 안늘어 임마
어디가서 야매로 배웠다고 짬 취급도 못받고 사수인 내 얼굴에 먹칠하는거야"
이딴식으로 무언가 꼰대처럼 되어갔지...
그 와중에 실장한테는 아부하고 돈도 빌려주고 갖은 아양을 다 떨어야 했어
왜? 레시피 뽑아먹어야 하니까 ㅋㅋㅋㅋ
(아직 50만원 정도 덜 받았는데 줄 생각도 없는거 같다)
그러다 갑자기 실장이 병에 걸려서 퇴사를 하게되었는데
이 미친 사장이 아직 내 실력을 못 믿겠다고 다른데서 실장을 데려와 버리네?
물론 내가 실장이 되면 보통보다 2~3년정도 빠르게 승진하게 되는건 맞지만
몇년을 본 날 두고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는걸 보고 빡쳐서 바로 그만둬버리고
잠시 일식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 새로온 실장이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
사장이 연락와서 실장으로 다시 와 달라더라 ㅋㅋㅋㅋ
괘씸해서 경력 20년 넘던 전 실장 월급이랑 똑같이 주면 간다고 했고
진짜 그렇게 주더라...
그렇게 다른 사람들 보다는 조금 빠르게 주방장 자리에 오르고나니
이것도 헬이야 젠장 ㅋㅋㅋㅋㅋ
육체적인 노동강도는 현저하게 줄었고
근무 시간도 12시간 이하로 팍 줄었는데
1. 코스트 관리 - 계절별 재료 변경으로 원가 절감
2. 메뉴 개발 - 계절별 신메뉴
3. 전 직원 관리 - 홀직원 포함, 구인 포함
4. 매장관리 - 홀 포함
5. 거래처 관리
...
이건 진짜 내 가게 굴리는 수준이야...
요식업 종사자들의 꿈이 뭐겠어...
내 가게 차리는거거든 그래서 배우고 연습하는 셈 치고 열심히 일했지
그래도 뭐 주방직원 관리는 과장이 하고 난 과장만 갈구면 되니까 그건 편했다
그렇게 또 몇년을 일하다 보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
십수년동안 미친듯이 일하면서 지방도시에 대출끼고 30평대 신축 아파트를 하나 사놓긴 했어
그리고 그거 전세주고 그 전세금으로 대출 갚고 난 가게 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일에 치여서 연애는 커녕 취미생활 하나 없이 일집일집일집...
이제는 친구놈들도 다 시집장가를 가버렸으니 평일 10시에 만나자 하면
나올 수 있는 인간들이 없더라
그나마 취미라곤 퇴근하고 소주한잔하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게 일과고
쉬는날엔 밀린 빨래 청소하고 볼일 좀 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리니
그 좋아하던 낚시도 게임도 사진도 전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고
모바일 게임이나 끄적이다가 수백만원 꼴아박고 꼬접하는 무의미한 짓거리가 과연 취미인지
현타가 씨게 오더라
워라밸 워라밸 거려도 어휴 뭔 배부른 소리야 했었는데...
결국 내가 번아웃이 된거였지
그런데 당장 일을 그만두려고 해도 사놓은 아파트가 걸리는거야
그냥 팔아버릴까 생각도 해봤는데
지금 저 아파트를 팔면 내 평생 다시는 내 집 마련은 안될거 같은거야
또 그만두면 가게 숙소를 나가야하는데 이 나이에 본가에 들어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월세 생활을 하기엔 돈이 너무 아까운거야...
그렇게 일에 대한 열정은 커녕 탈출구만 바라보면서 출근하던게 일상이 되어 갈 때 쯤
올해 이 망할 역병이 돌아버렸어
매출은 1/3토막 나버리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무급 휴직을 하게되었지...
그때 십수년만에 처음으로 며칠씩 쉬어봤고
와우 리분때 멈춰져있던 내 게임 시계도 돌아가기 시작했어...
스팀 계정도 새로파서 게임도 하고
오랜만에 물 비린내도 맡아보고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연애도... 하고 싶다 시발
하여튼 그때서야 "아 이게 사는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난 그동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살았던건지...
주4일 근무를 하면서 신세경을 느낀지 세달이 지났고 역병은 사그러 들었지만
매출도 어느정도 회복을 했지만 그래도 평년의 절반 수준이었지
여기서 사장의 기가막힌 생각이 나온다...
매출이 절반이니 직원도 절반이면 되겠구나?! 이딴 생각으로
홀직원 주방직원의 반을 쳐내버리는거야...
매출이 절반이라고 업무가 절반이 되느냐? 절대 아니거든
들어오는 식자재의 양이 줄었을 뿐 종류는 그대로야
최소한 직원의 절반이 아니라 2/3는 있어야지 그나마 원래대로 굴러가는게 주방인데
사장은 그냥 그것만 보고 직원을 타노스 해버리니 결국 그 일들은 남은 직원들이 다 해야하는거지
몇년동안 개같이 소같이 일해서 주방장 자리에 올라서 그나마 몸이라도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과장이 나가는 바람에 내가 과장일까지 몰아서 하다보니 진짜 주임때 보다 일이 더 많은거야...
그러다
대리가 휴무인 날 막내가 식자재를 적재했는데 그건 애먼데 쌓아 놓은거야
그래서 내가 옮기려다가 사고가 나서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지금 산재 요양중이다....
쓰다보니 뭐 내 인생 한탄같이 되었는데
결론은
요리사란 직업은 정말 힘든 직업이고
남들 놀때 일하고 남들 먹을때 못먹는 서러운 직업이다
거기다 기술이나 레시피를 볼모로 잡고 열정페이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한다
알바도 노조가 있는 세상에 조리사 노조는 없는게 현실이다
요리사를 꿈꾸는 개붕이가 있다면 정말 말리고싶다
출처 : 개드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