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감성, 수필)우울증
썰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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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9 10:39
선 3줄 요약
1. 우울증은 겉보기에는 모른다
2.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정말 나쁘다
3. 그래도 힘들면 병원에 다녀오자
노잼글 시작한다.
올해 4월 처음으로 정신과에 방문했다
이유는 불면증 때문이었다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많았다
뭐, 삶에 대한 걱정이라던지 건강관련 걱정이라던지 등등
이 때만 해도 나는 아직 병명이 없었고 맹장수술 하다가 코드블루가 떠서 전기충격기를 썼다
정도로만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장초음파와 홀터검사를 하니 그냥 빈맥 증상이 나타났다
부정맥 약과 신경안정제 한 알을 매일 복용했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새벽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깨기를 반복하고
이유모를 불안감에 눈을 뜨기 일수였다
그런 이유에 정신과를 내방했다
첫 병원 문턱에서 두 시간이나 서성였던게 기억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가기가 너무 꺼려졌다
하지만 잠을자고싶은 욕망이 더 컸다
그리고 처음 상담을 받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요즘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왔습니다
-왜 잠을 잘 자지 못해요?
-그냥... 건강 문제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 때 부터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리고 조금씩 과거로 갔다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제가 고3때 식물인간이 되셨어요 그리고 스무살 때 돌아가셨어요
-저런. 어머니의 역할이 크셨겠네요
나는 아무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 깨닳았다
내가 가진 불면증에 건강이나 이런 걱정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다
불면증이 아니라 우울증과 조울증 조현병에 가까웠다
어느새 삼십분이나 이야기를 터놓고 있었고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정을 가다듬으며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선생님께서 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다
그리고 딱 한 마디 해주셨다
-어떻게 버티셨어요. 저라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대단하세요.
그 말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진짜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위로 같은 위로였다
나는 그 이후로 선생님을 믿게 되었다
우울증 테스트나 이런 검사는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시고 약에 대해 설명은 해주지 않으셨다
그저 자기 전 약을 먹고 자면 괜찮아질 것이라 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약을 먹으면 한시간 이내로 곧 잠들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갈 때 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께선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셨고 나는 말했다
집안 걱정 친구 걱정 미래 걱정 과거에 있었던 내 잘못된 행동들
이 모든것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알약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났을 때엔 먹는 약의 용량이 처음 받았을 때 보다 두배이상 늘었다
그 때 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우울증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받은 약을 검색해보니까 항 우울제더라구요. 그래서
-네 조울증이예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지난 주 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이게 약 때문인건가요?
-약도 있고 환자분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처음으로 병명을 들었는데 그 때는 전혀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스스로가 병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고픈 마음이 커졌다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약을 늘려가다가 어느 날은 줄고 어느 날은 늘고 그랬다
그러면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주셨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눈물이 나왔다
눈물을 흘릴 때 마다 연신 죄송하다 했는데
선생님께선 언제나 괜찮다며 울고싶을 때 울라고 하셨다
거기에서 나는 어찌보면 가족보다 더 큰 위안을 얻었다
병원에 다니는 사실을 가족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가족도 이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상대적인 것이랴.
이해는 본인만 가능하다는걸 간과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나타내는 모든 증상은 내 정신력의 문제로 귀결시켰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내 문제고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내 문제다
내가 가진 병명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내 문제다
그러고 나니 더 우울해졌다
선생님께 말했다
-가족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망치세요. 그리고 화내세요.
나는 도망치고 화내는 법을 몰랐다
그리고 나는 도망쳤다
도망치니 확실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면 똑같이 화를 내면 된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치료의 첫 번째라고 나는 생각한다
도망치고 맞부딪히고를 반복하니 지금은 다시 알약의 용량이 줄었다
지금 내 기분은 아주 좋다
무엇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사는게 좋다
하루 하루 걱정은 되지만 내일로 미루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는게 행복하다
당장 이틀 뒤에 수술 예정이 잡히긴 할테지만 그래도 그것도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솔직히 말해서 가족도 이해하지 못하는게 우울증이고 정신병이며 정신병원이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누가 이해를 해줄소냐
하지만 같은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최대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병원에 최대한 가보자
내가 직면한 문제는 돈 때문이야
병원에 가도 해결해줄 수 있는건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그것이 아닐 수 있다
본질은, 조금 더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다
내가 그래했듯 그 누군가도 그러할 것 같다
만약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픈 김아무개라면 나를 한번 믿어보고 병원에 가봐라
그들은 전문가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봤고 그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줄 순 없겠지만
당신의 아픈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줄 것이다
거기에 위안을 삼기를
반년 이상 병원에 다니면서 얻은 깨달음과 느낀점을 간략하게(길게) 써봤다
못난 글솜씨지만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매일 아프고 힘든 글만 올리는것 같아 최대한 밝게 써보았다 ㅎㅎ
오늘 하루 진짜 많은 일이 있어 다수의 사람들이 힘들어 할 텐데
그들에게 한 줌 희망이라도 되길 빌며 긴 글을 마친다
모두 잘 자라!
굿밤
출처 : 개드립 - (새벽감성, 수필)우울증 ( https://www.dogdrip.net/229711805 )
1. 우울증은 겉보기에는 모른다
2.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정말 나쁘다
3. 그래도 힘들면 병원에 다녀오자
노잼글 시작한다.
올해 4월 처음으로 정신과에 방문했다
이유는 불면증 때문이었다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많았다
뭐, 삶에 대한 걱정이라던지 건강관련 걱정이라던지 등등
이 때만 해도 나는 아직 병명이 없었고 맹장수술 하다가 코드블루가 떠서 전기충격기를 썼다
정도로만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장초음파와 홀터검사를 하니 그냥 빈맥 증상이 나타났다
부정맥 약과 신경안정제 한 알을 매일 복용했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새벽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깨기를 반복하고
이유모를 불안감에 눈을 뜨기 일수였다
그런 이유에 정신과를 내방했다
첫 병원 문턱에서 두 시간이나 서성였던게 기억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가기가 너무 꺼려졌다
하지만 잠을자고싶은 욕망이 더 컸다
그리고 처음 상담을 받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요즘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왔습니다
-왜 잠을 잘 자지 못해요?
-그냥... 건강 문제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 때 부터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리고 조금씩 과거로 갔다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제가 고3때 식물인간이 되셨어요 그리고 스무살 때 돌아가셨어요
-저런. 어머니의 역할이 크셨겠네요
나는 아무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 깨닳았다
내가 가진 불면증에 건강이나 이런 걱정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다
불면증이 아니라 우울증과 조울증 조현병에 가까웠다
어느새 삼십분이나 이야기를 터놓고 있었고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정을 가다듬으며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선생님께서 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다
그리고 딱 한 마디 해주셨다
-어떻게 버티셨어요. 저라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대단하세요.
그 말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진짜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위로 같은 위로였다
나는 그 이후로 선생님을 믿게 되었다
우울증 테스트나 이런 검사는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시고 약에 대해 설명은 해주지 않으셨다
그저 자기 전 약을 먹고 자면 괜찮아질 것이라 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약을 먹으면 한시간 이내로 곧 잠들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갈 때 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께선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셨고 나는 말했다
집안 걱정 친구 걱정 미래 걱정 과거에 있었던 내 잘못된 행동들
이 모든것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알약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났을 때엔 먹는 약의 용량이 처음 받았을 때 보다 두배이상 늘었다
그 때 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우울증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받은 약을 검색해보니까 항 우울제더라구요. 그래서
-네 조울증이예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지난 주 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이게 약 때문인건가요?
-약도 있고 환자분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처음으로 병명을 들었는데 그 때는 전혀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스스로가 병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고픈 마음이 커졌다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약을 늘려가다가 어느 날은 줄고 어느 날은 늘고 그랬다
그러면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주셨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눈물이 나왔다
눈물을 흘릴 때 마다 연신 죄송하다 했는데
선생님께선 언제나 괜찮다며 울고싶을 때 울라고 하셨다
거기에서 나는 어찌보면 가족보다 더 큰 위안을 얻었다
병원에 다니는 사실을 가족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가족도 이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상대적인 것이랴.
이해는 본인만 가능하다는걸 간과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나타내는 모든 증상은 내 정신력의 문제로 귀결시켰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내 문제고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내 문제다
내가 가진 병명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내 문제다
그러고 나니 더 우울해졌다
선생님께 말했다
-가족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망치세요. 그리고 화내세요.
나는 도망치고 화내는 법을 몰랐다
그리고 나는 도망쳤다
도망치니 확실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면 똑같이 화를 내면 된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치료의 첫 번째라고 나는 생각한다
도망치고 맞부딪히고를 반복하니 지금은 다시 알약의 용량이 줄었다
지금 내 기분은 아주 좋다
무엇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사는게 좋다
하루 하루 걱정은 되지만 내일로 미루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는게 행복하다
당장 이틀 뒤에 수술 예정이 잡히긴 할테지만 그래도 그것도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솔직히 말해서 가족도 이해하지 못하는게 우울증이고 정신병이며 정신병원이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누가 이해를 해줄소냐
하지만 같은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최대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병원에 최대한 가보자
내가 직면한 문제는 돈 때문이야
병원에 가도 해결해줄 수 있는건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그것이 아닐 수 있다
본질은, 조금 더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다
내가 그래했듯 그 누군가도 그러할 것 같다
만약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픈 김아무개라면 나를 한번 믿어보고 병원에 가봐라
그들은 전문가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봤고 그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줄 순 없겠지만
당신의 아픈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줄 것이다
거기에 위안을 삼기를
반년 이상 병원에 다니면서 얻은 깨달음과 느낀점을 간략하게(길게) 써봤다
못난 글솜씨지만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매일 아프고 힘든 글만 올리는것 같아 최대한 밝게 써보았다 ㅎㅎ
오늘 하루 진짜 많은 일이 있어 다수의 사람들이 힘들어 할 텐데
그들에게 한 줌 희망이라도 되길 빌며 긴 글을 마친다
모두 잘 자라!
굿밤
출처 : 개드립 - (새벽감성, 수필)우울증 ( https://www.dogdrip.net/229711805 )